숫자 이야기를 좀 해 봅시다.
레트로바이러스란 의학 전문가들에게도 대체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바이러스입니다. 왜냐하면 이 바이러스는 대개 동물들에게만 만연해 있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수의사들 가운데 에이즈를 연구하는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게 된다면, 그들로부터 그저 좌절감만을 안겨줄 정보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옴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에이즈 사례 보고 목록을 본다고 할 것 같으면, 당신은 각 한 건당, 향후 다가올 잠재적 에이즈 감염 건수가 99건 정도씩 될 것으로 어림짐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 미국에 5만명의 에이즈 환자가 있다고 할 것 같으면, 대체적으로 5백만명의 환자가 앞으로 더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레트로바이러스학[retrovirology]의 일반 원칙으로부터 어떻게 당신이 다른 결론을 얻을 수가 있겠습니까? 한 건의 바이러스 감염 사례, 즉 100분의 1에 해당하는 감염 사례는, 장기간에 걸쳐 99건의 감염 사례를 만들어 내는데, 대체로 해당 종이 갖는 평균 수명의 20%에 이르는 기간에 걸쳐 퍼져 나가는 것입니다. 당신들, 인간들을 여기 대입해 보자면, 70년 수명의 20%는 대체로 14년 남짓이 되는 것입니다. 기존의 데이터들은 이 계산이 아주 근사치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타이밍에 대한 추정
이는 분명 백신 개발에 관련한 가장 중요한 추정이 될 것입니다. 당신들은, 당신들이 앞으로 개발하게 될 백신이 정말로 작용하는지 작용하지 않는지를 확인해 보게 되기까지, 대략 14년에서 20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단지 백신이 당신들의 목숨을 살려 줄 수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를 알게 되는 데만 14년에서 20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입니다. 이는, “점진적인” 바이러스 질환[“slow” viral diseases]이라 불리는 것이 그 대상이기에 그러하며, 또한 대부분의 의학 전문가들이 이에 대해 거의 혹은 아무런 경험을 갖고 있지 않은, 전혀 새로운 타입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재작년(1987년)에 보고된 에이즈 환자 사례는 총 4만건이었습니다. 지난해(1988년)에는 8만건이 보고되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두배수로 늘어나는데 1년 정도가 걸리는 것 같아 보입니다. 미안합니다, 여러분들. 매 6개월마다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이, 실은 보다 더 사실에 가깝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아프리카에서의 보고 사례를 모은 통계자료는 그 수치가 왔다 갔다 하고 있습니다. 대륙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에이즈 벨트[AIDS belt]”를 포함한 다른 지역에 두루 걸쳐서, 아프리카에는 대략 4천만명에서 7천5백만명이 감염되었습니다. 그 수치가 해마다 배증한다고 할 것 같으면, 2-3년 안에 아프리카 전반에 걸쳐 에이즈가 만연하게 될 것이고, 4-8년 후에는 전체 아프리카 대륙이 다 에이즈로 감염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다시 불쌍한 녹색 원숭이에게로
당신은 아직도 에이즈가 녹색 원숭이로부터 왔다고 믿고 싶습니까? 미안합니다. 그 경로를 통해서는 올 수도 없습니다. 만약 어떤 정글에 사는 원숭이가 사람을 물어서 에이즈가 발생한 것이라면, 에이즈는 정글로부터 도시로 퍼져나가야 맞을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에이즈는 도시로부터 정글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비밀이 한가지 있는데, 녹색 원숭이들과 가장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은 피그미족[the pygmies]입니다. 우스운 사실이 있다면, 약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피그미족 가운데 거의 아무도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았었다는 것입니다. 그들 가운데 에이즈에 감염된 자들은 도시의 매춘부들과 관계를 갖고 감염이 되거나, 혹은 마약 복용을 위한 정맥 주사용 바늘을 통해 감염된 것입니다. 바로 도시로부터 외곽지역으로 에이즈가 퍼져나간 것입니다.
바이러스가 원숭이들로부터 유래된 것이 아니라는 또 다른 증거는, 에이즈 바이러스의 ‘코돈 초이스[codon choices]’(전령[傳令] RNA상의 세 염기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유전 암호 단위(codon)의 배열?역주)에서 발견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코돈 초이스’로 알려진 에이즈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는 원숭이들에게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원숭이에게서 발견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서도 발견되지 않습니다.?이들은 사실상, ‘비스나 바이러스’를 비롯 실험실에서 다루어지는 몇몇 다른 바이러스들에만 존재합니다. 유전 물질이 갖는 유전자 구조, 즉 에이즈 바이러스가 갖는 유전 정보가, 바로 ‘비스나 바이러스’를 포함하여, 이미 우리가 앞서 언급했던 ‘소 백혈병 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들과만 닮아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에이즈 전파는 결코 원숭이가 한 일이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단지 몇몇 인간들이 ‘원숭이들을 가지고 놀았을 뿐’인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군요.
pp. 101-107 Hat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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